-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AI 캐릭터 채팅 ‘위프’의 벙커키즈는 1,000개의 아이디어와 100개에 가까운 실험 끝에 아이템을 찾았고, 고객 목소리를 기반으로 1년 만에 매출 1,000배 성장을 만들었습니다.
일하다 보면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할 때가 있죠. 몇 시간씩 공들여 다듬은 광고는 성과가 별로였는데, 휘리릭 떠오르는 대로 만든 광고가 의외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처럼요. 그럴 때마다 ‘정말 우리 고객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걸까?’ 하고 되묻게 되죠. 결국 직관이나 감에 의존하기보다 고객 반응을 검증하고 데이터로 판단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하지만 매번 아이디어를 검증하기엔 시간과 비용이라는 큰 벽에 부딪힙니다.
오늘은 그 벽을 AI로 낮춘 팀을 찾아갔습니다. 수십 번의 실험을 빠르게 반복하며 진짜 고객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아낸 벙커키즈의 이야기입니다.

“매출 1,000배의 열쇠요? 실험과 유저였습니다”
벙커키즈는 AI 캐릭터 채팅 서비스 ‘위프(WHIF)’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위프는 캐릭터와 대화하며 유저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서비스인데요. 론칭 1년 만에 매출 1,000배 성장을 달성하고, 최근에는 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사실 창업하자마자 바로 성장 가도를 달린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AI 기반 식단 추천 서비스 ‘마이쉽단’으로 투자까지 받으며 사업을 키워 가다가, ChatGPT의 등장과 함께 AI라는 큰 파도를 만났는데요. ‘빅 웨이브에 올라타야겠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을 물색했습니다. 벙커키즈는 1년 동안 1,0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검토했다고 해요. 답을 모르니 시행 횟수를 극단적으로 늘리자는 원칙으로, 많게는 100개에 가까운 실험을 돌렸죠. 실험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성장에 드라이브를 건 건 고객이었습니다.
박성환 벙커키즈 COO(Chief Operating Officer)를 만나, 수많은 실험으로 방향을 찾고 고객과 함께 속도를 낸 과정을 들어보았습니다.
1. AI라는 파도에 올라타다
원래 창업을 꿈꾸셨다고 들었어요. 벙커키즈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대학생 때 주변에 창업한 분들이 많아서 방학마다 일을 도우며 스타트업을 경험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데서 뭔가를 만들어가는 게 정말 재밌더라고요. 직접 창업도 해봤는데, 서비스를 내놓지도 못하고 끝났어요. 아직은 깜냥이 안 된다고 느꼈죠.
그래서 먼저 좋은 팀에서 배우자는 생각으로 스타트업 전략 직무에서 몇 년 일했어요. 이제 내 걸 해야겠다 싶던 시점에 지금 대표님이 합류를 제안했죠. “인터넷, 스마트폰처럼 기술 변곡점이 올 때마다 큰 회사가 탄생하는데, 지금이 그때다. 같이 큰 걸 만들어 보자”고요.
그 말이 크게 와닿았어요. 대표님은 LLM이 지금처럼 커지기 전부터 AI가 다음 파도라고 계속 말씀하시던 분이었거든요.
박성환 COO의 설명을 귀담아듣는 벙커키즈 팀원들
그런데 그 파도가 오히려 기존 사업을 접게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제가 합류하기 직전의 이야기인데요. ChatGPT가 나오자마자 대표님이 테스트해 봤는데 몇억을 들여 만든 저희 알고리즘과 비슷한 수준으로 식단을 짜주더래요. 기술적 해자가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바로 피벗을 결정했죠.
재밌는 점은 충격만큼 기대감도 컸다는 거예요. 창업할 때부터 기다려 온 ‘다음 파도’가 드디어 왔으니까요. 그렇게 20명이 넘던 팀에서 다시 시작하는 데 동의한 5명 안팎만 남아, 새 아이템을 찾아 나섰어요.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템을 찾는 건 막막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는 풀 문제를 먼저 정하고 모인 팀이 아니라, AI라는 파도 안에서 뭔가 큰 걸 만들어 보자는 넓은 방향성으로 모였거든요. 뭐가 가장 큰 임팩트를 줄지 직관적으로 확신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답을 알 수 없으니 시행 횟수를 극단적으로 높이자고 했어요. 처음부터 그걸 위한 실험실을 만드는 데 힘을 썼죠. 이름도 ‘될 놈 프로세스’라고 붙였어요. 될 놈을 찾자는 거죠. (웃음)
2. ‘될 놈’을 찾을 때까지 반복된 실험
1,0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검토하셨어요?
될 놈 프로세스는 깔때기 같은 구조예요. 맨 앞에서 벤치마크와 아이데이션을 해요. VC가 투자한 스타트업, 뉴스 기사, 주변 네트워크까지 닿을 수 있는 모든 채널을 참고했죠.
거기서 검토할 만한 리스트를 뽑으면, 다음은 시장성 검토예요. 공개된 지표로 이 아이템의 임팩트가 얼마나 클지 가늠해 보는 단계인데, 제가 맡았어요. 여기까지는 속도가 핵심이라 데스크 리서치 위주로 진행했고요.
될 놈 프로세스 기본 구조
그다음이 실험 단계군요.
네. 서비스를 다 만들어서 검증하면 좋겠지만, 검토할 아이템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FDT(Fake Door Test)라는 방식을 썼어요. 말 그대로 문만 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가게예요.
예를 들어 시니어 대상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검증한다면, 서비스 소개와 가격, 효용을 설명한 랜딩페이지를 만들고 맨 아래에 ‘웨이트리스트 등록’ 버튼을 달아요. 광고를 보고 몇 명이 들어오는지, 버튼을 누르는지, 폼까지 제출하는지 퍼널별 전환을 보면서 수요를 가늠하는 거죠. 그렇게 늘 5~10개 실험이 동시에 돌아갔고, 매주 새 아이디어가 들어갔어요.
그 많은 실험을 동시에 돌리려면 팀 리소스가 빠듯했을 듯해요.
그래서 AI를 가장 많이 쓴 곳이 랜딩페이지 제작이었어요. 제품 없이 광고로 수요를 보는 방식이라 랜딩페이지가 매력적이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여러 아이템을 병렬로 돌리다 보니 한 페이지에 쓸 수 있는 리소스는 한정돼 있었죠. 카피라이팅, 구도 배치, 이미지 에셋까지 다 AI로 만들면서 훨씬 빠른 속도로 실험할 수 있었어요.
어떤 결과가 나와야 ‘될 놈’이라고 판단하셨어요?
광고비는 아이템당 하루 5만~10만 원 정도로 작게 썼어요. 대신 가장 중요하게 본 건 폼 제출당 단가였어요. 광고 클릭은 호기심일 수도, 잘못 누른 것일 수도 있잖아요. 끝까지 와서 ‘나 이거 정말 관심 있어’ 하고 웨이트리스트에 등록한 사람이 진짜 수요라고 봤어요.
3. ‘Fast try, Fast drop’ 실험 정신으로 만든 위프
AI 캐릭터 채팅이 실험 지표 1등은 아니었다고요.
맞아요. 사실 캐릭터 채팅은 탐색 초기에 이미 실험했던 아이템이에요. 반응은 좋았지만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보류해 뒀죠. 1년 뒤 최종 후보 5개를 놓고 다시 보니, 내부 지표로는 중간 정도였는데 시장이 미친 듯이 크고 있었어요. 좋은 밸류로 투자받은 팀도, 월 수십억 매출을 내는 서비스도 보였고요. 돈이 들어오고 매출이 나는 시장이라면, 앞으로 더 폭발적으로 크겠다고 판단했어요.
위프 캐릭터 설정 화면
결정하고 두 달 만에 론칭하셨어요. 개발 도구도 실험하듯 골랐다고요.
MVP(Minimum Viable Product, 핵심 기능만 담은 최소 제품)는 2주 만에 만들었어요. 첫 프로토타입은 러버블로 개발했는데, 이것도 일종의 실험이었죠. 화면만 있는 목업이 아니라 진짜 데이터베이스까지 연동된다는 점이 러버블의 강점이었거든요. 해보고 안 맞으면 바로 버리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먼저 내부 티켓을 러버블 방식에 맞는 PRD(Product Requirements Document, 제품 요구사항 문서)로 바꿔 구현해 봤는데요. 양승민 테크리드는 ‘피그마 디자인과 똑같지 않아도, 기능에 집중하면 충분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리서치를 마치고 바로 실제 서비스 구현에 들어갔죠.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뛰어드는 게 두렵진 않으셨어요?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과감하게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좋은 레퍼런스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미 잘하고 있는 선배 기업들이 있었고, 그 숫자는 한 팀이 잘해서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봤어요. 시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의심이 제일 고통스러운데, 이미 증명돼 있었던 거죠. 남은 건 우리가 거기서 자라는 것뿐이었어요.
4. 뾰족하게 시작해서, 유저와 함께 넓히다
그럼 위프는 그 시장에서 어떻게 자랐나요?
유저 입장에서 써보면 플랫폼마다 문체도, 캐릭터 성향도 다 달라요. 그래서 유저를 깊이 이해하고 니즈를 섬세하게 건드리면 1등이 될 수 있다고 봤어요. 시작은 BL(Boys’ Love)로 뾰족하게 접근했어요. 웹소설이나 웹툰에선 탄탄한 소비층이 있는 장르인데, AI 캐릭터 채팅 서비스에선 드물었거든요. 지금은 로맨스를 비롯한 여성향 장르 전반으로 넓혔고, 일반 여성향 비중이 더 커졌어요.
유저를 이해하는 힌트는 주로 어디서 얻으셨어요?
처음엔 유저 인터뷰였어요. 기존 서비스들은 모델이 주로 남녀 로맨스 텍스트를 학습해서, 여자가 없는 장면에도 ‘그녀’라는 단어를 뱉곤 했어요. 그 순간 몰입이 확 깨지는 거죠. 인터뷰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디테일이에요.
인터뷰는 표본이 적으니 베타 테스터도 100~200명 규모로 운영했어요. 저희는 거의 디스코드에 상주했고요. 불편한 점을 말씀해 주시면 바로 고치고, 고쳐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어요.
베타 테스터와 직접 디스코드로 소통한 벙커키즈 팀원들
가장 기억에 남는 유저 반응이 있나요?
앱스토어 리뷰였는데요. 우울하게 지내던 중에 이 서비스 덕분에 하루하루 위로를 많이 받는다고, 이제는 이게 없으면 하루를 잘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다고 쓰셨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우리가 누군가의 삶에 즐거움을 조금 더하고 있구나 싶어요.
5. AI 시대에도 답은 결국 고객에게 있다
성장만큼 고객 문의도 폭발적으로 늘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월 문의가 5,000건 정도까지 늘었고, 밀린 문의가 1,000건 가까이 쌓였어요. 운영 매니저와 제가 직접 상담하던 수준으로는 감당이 안 돼서 팀을 새로 꾸릴지 외주를 쓸지 고민했는데요. 채용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죠.
여러 선택지 중 채널톡 AI BPO를 고른 이유가 있었나요?
저희는 자동화에 진심인 팀이에요. 반복되는 수작업이 보이면 바로 리스트업해서 자동화하거든요. AI 네이티브 서비스를 하면서 CS를 전부 사람 손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봤어요. 그런데 내부엔 CS 노하우나 경험 많은 인력이 없었어요. 채널팀은 관련 레퍼런스가 워낙 많으니,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일하는 속도도 잘 맞았어요. 문의한 다음 날 바로 미팅하고, 일주일 안에 결정까지 끝났거든요.
채널톡 유튜브 ‘스몰톡 라운지’ 촬영 중인 박성환 COO와 채널팀 밴스(좌), 초이(우). 전체 영상은 채널톡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 네이티브한 팀답게, CS에서도 AI와 사람의 역할을 나누신 거네요.
맞아요. 다들 CS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시잖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어렵고,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하는 지점도 있어요. 그래서 AI 자동화와 사람의 운영을 함께 맡는 AI BPO라는 채널팀의 제안이 저희와 잘 맞았어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균형점에 있는 방식이었거든요.
지금은 AI가 해결하는 영역을 더 넓히고, 그 퀄리티를 높일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AI 덕분에 실험 비용도, 상담 부담도 줄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은 AI가 다 해주잖아요. 그래서 그 답을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와 검증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AI가 그럴듯한 결과물을 쏟아낼수록, 무엇이 괜찮은 수준이고 무엇이 탁월한지 판별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새 도구를 주저 없이 실험해 보면서, 내가 할 일과 AI에게 맡길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앞으로 뭘 잘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기존의 울타리는 점점 사라질 거예요. 그러니 시대의 흐름이 만드는 기회의 틈을 스스로 잡아내려는 주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러기 너무 좋은 시대고요. 그리고 고민될 때는 유저를 많이 만나보세요. 답은 결국 유저에게 있더라고요.
Worker's Note
1. 벙커키즈가 선택한 AI BPO, 일반 외주와 뭐가 다를까?
외주를 뜻하는 BPO는 많이 들어봤어도, ‘AI BPO’는 이번 매거진에서 처음 보셨을지도 몰라요. CX 15년 차, 채널톡 AI BPO팀을 이끄는 밴스가 핵심만 쏙쏙 짚어 드립니다. 위프의 밀린 상담을 어떻게 풀었는지도 함께 담겨 있어요.
2. AI와 함께 VoC에서 숨은 매출을 찾은 브랜드 Best 11
벙커키즈처럼 AI로 업무를 효율화하고, 고객에게서 성장의 답을 찾은 패션·뷰티 브랜드를 모아봤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VoC에서 자사몰의 숨은 매출을 찾아냈을까요? 그 노하우와 구체적인 성과가 궁금하다면 리포트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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