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본점이 12년 만에 리뉴얼을 마치고, 지난 4월 9일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변화, 단순한 새단장이 아닙니다.
‘본관-신관’이라는 익숙한 이름을 버리고, ‘더 헤리티지’, ‘더 리저브’, ‘디 에스테이트’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옛 제일은행 본점을 리모델링해 문화유산과 현대 소비공간을 연결하는 시도를 했죠.
신세계가 가진 ‘럭셔리 콘텐츠’의 강점을 각잡고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신세계백화점
코로나를 기점으로 백화점은 이미 한번 위기를 맞았습니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고, 사람들은 더 탁 트인 공간을 찾기 시작했죠.
예전에는 당연히 백화점을 드나들던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백화점은 ‘올드한 곳’ 이라는 인식도 생겼죠.
고민 끝에 백화점은 새로운 ‘답’을 찾았습니다.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
단순히 브랜드 매장을 모아놓는 것으로는 부족해졌고, 백화점 자체가 ‘와볼 만한 공간’이 되어야 했습니다.
당시 백화점의 키워드는 “집객” 이었습니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가드닝이나 문화 시설, 키즈 시설 등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아예 한 층을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사람을 모으면 그 안에서 다른 입점 매장의 매출이 늘어날 거라 생각한거죠.
이를 가장 잘 구현한 곳이 더현대 서울 사운드 포레스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다시 “매출”을 올려줄 MD가 중요해 진 것으로 보이죠.
더현대 서울이 MZ를 겨냥해 팝업으로 단기적 바이럴과 함께 수익을
올리면서 “수익을 가져다줄” 콘텐츠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구요.
관광객의 회복과 불황이라는 현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백화점이 새로운 생존 경쟁에 돌입한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일부 지점은 폐점 위기일만큼 백화점의 상황이 어려워졌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백화점 자체의 브랜딩을 강화하는 한편,
메가 지점의 매출을 더 강화하는데 집중하는걸로 보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 백화점은 저마다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1. 신세계: ‘프리미엄’과
‘브랜드’로 승부
신세계는 백화점의 품격을 ‘럭셔리 콘텐츠’로 정의했습니다.
지난 해, 신세계 강남점에서 리뉴얼한 '스위트 파크’와 ‘하우스오브 신세계’가 고급화 전략과
공격적인 국내외 맛집들의 입점 전략으로 인해 스위트 파크는 연간 누적 1,400만명 방문,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전년 동기대비 푸드홀 매출이 175% 상승했다고 하죠.
이번에 리뉴얼한 신세계 본점 역시 유형문화재인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 1, 2층에 샤넬이 입점하는 등 럭셔리 매장을 20% 더 강화하고,
헤리티지를 강화하기 위해 박물관을 오픈하며 전시 콘텐츠를 추가했습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한국적 콘텐츠를 더해 외국인 관광객도 겨냥하고 있습니다.
더헤리티지 지하 1층 공예 기프트샵 , 사진 출처 : 신세계 백화점
신세계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 본인들을 정의했는데요, 계속해서 프리미엄 콘텐츠의 개발을 통해 브랜딩을 강화하는 동시,
백화점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매출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2. 롯데: 국내외
‘핫한 브랜드’의 발빠른 입점
롯데는 브랜드 MD 전략에 강세를 보이고 있어요.
바샤커피, 빔즈, 런던베이글뮤지엄 등 국내외 핫한 브랜드들이 국내 첫 유통몰 입점으로 롯데를 선택했어요.
이 브랜드들은 특히 MZ들에게 인기를 끌고있죠. 이런 노력 덕분인지 잠실 롯데백화점은 24년 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고 해요.
그리고 20년 넘게 명동에 자리해온 ‘영플라자’는 리뉴얼을 앞두고 있고요. 영플라자는 코로나 때부터 계속 리뉴얼 얘기가 나왔었는데.
이제 문을 닫은걸 보니 진짜 하려는 것 같습니다. 영플라자의 리뉴얼 키워드는 '글로벌 젠지'.
27년에 재오픈하는 대대적인 리뉴얼인만큼 어떤 공간을 선보일지 기대됩니다.
사진 출처 : 롯데 쇼핑
3. 현대: ‘팝업’과
‘체험’으로
현대백화점은 비교적 조용하지만, 여전히 경험 중심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은 오픈 초기부터 MZ를 대상으로 한 경험 콘텐츠에 집중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식물 컨셉의 내부 인테리어나, 핫한 F&B의 입점 전략, B2 전체 층에 온라인에서 핫한 패션
콘텐츠를 대거 입점시켰죠.
특히 더현대의 ‘팝업스토어’는 입점된 브랜드 중심이 아닌,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기획 전략으로
뉴진스나 IAB STUDIO 등 핫한 브랜드 뿐 아니라 서브 컬처까지 넘나들며 바이럴과 매출,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했고, 유효한 타율을 보인 만큼 현재는 신세계, 롯데 보다는 잠잠한 것 같습니다.
백화점의 미래는?
백화점 3사의 전략을 요약하면,
- 신세계는 ‘정체성을 강화한 프리미엄 공간’을
- 롯데는 ‘트렌디한 브랜드로 유입과 매출을 유도’하고
- 현대는 MZ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주며 올드한 이미지를 혁신적 이미지로 바꿨습니다.
3사 중 누가 더 먼 미래를 내다본 전략일까요?
아직은 단정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앞으로 오프라인의 경쟁력은 공간이 주는 경험의 깊이임을 3곳의 유통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우리는 더 새롭고 감각적인 공간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