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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와 구글은 왜 레딧과 파트너십을 맺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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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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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빅테크와 콘텐츠 제공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은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 인수 후 회사명을 자신의 AI 프로젝트와 비슷한 ‘X’로 바꿨다. AI 기술 중심 시대지만 기업들은 인간의 ‘수고’가 들어간 콘텐츠에 공들이고 있다. 특히 글로 표현한 콘텐츠의 가치는 매우 높다. 글은 어쩌다 경쟁력을 갖게 되었을까?

 

 

‘패스트 팔로워’ 시대의 종언

20년 전만 해도 앞선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더 빨리 따라 하고 열심히 좇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중요했다. 패스트 팔로워는 다른 방향을 보지 않고 모방 대상인 경쟁자를 추종한다. ‘그리스 영웅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에 대한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역설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거북이보다 늦게 출발한 아킬레스는 거북이가 움직이면 함께 움직이고 멈추면 함께 멈추는 것이다. 이러한 모방과 추종은 그동안 한국 사회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패스트 팔로워의 주요 덕목은 읽기와 듣기 훈련에서 나온다. 리더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반응해야 하는 패스트 팔로워에게 정보력과 분석력,민첩성은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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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은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Reddit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고, 경쟁심이 강했다. 그 결과 베이비부머 세대는 읽기와 듣기 훈련을 혹독히 해왔고, 그 힘으로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한 여정 속에서 개인보다는 집단과 조직이 중요했다. 조직의 발전이 곧 개인의 발전이었고, 패스트 팔로워로서 조직이 요구하는 일을 해내며 조직이 융성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패스트 팔로워에게 위기의 순간이 닥치기도 한다. 리더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만 한다면 기초 체력과 기본기 없는 운동선수처럼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제 패스트 팔로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말하고 쓰기 능력이 주목받는 시대 

세상은 크게 바뀌고 있다. 그 첫 번째 변화로 초고령화가 있다. 100세는 물론 120세까지 사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젊은 층으로 갈수록 평균 기대 수명은 더 늘어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수명은 86.3세, 여성은 90.7세다. 이는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수명이 2010년 77.2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 폭이다. 평균수명이 늘었다는 건 직장을 나와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60세에 직장을 그만두고 100세까지 살게 되면 직장을 다닌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살아야 한다. 그런 만큼 경제적 활동은 불가피하다. 자기만의 콘텐츠가 중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번째 변화는 온라인화다. 10년 전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사고 스마트폰으로 전자메일 발송이나 자료 검색 등 간단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이후 팬데믹을 지나면서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아도 수업 혹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더군다나 자기 콘텐츠가 있다면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충분히 경제 활동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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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사람보다 읽기, 듣기 부분의 기능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인간은 말하기, 쓰기 능력을 키워야 한다. ©Imageclick 

 

 

세 번째는 AI 기술의 발전이다. AI 시대가 이미 문턱을 넘어 우리 일상으로 들어왔다. 그동안은 읽기와 듣기를 열심히 해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한 사람이 주도해왔다. 아는 게 힘이고 정보력이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하지만 이제는 읽기와 듣기 능력에서 AI를 능가할 사람은 없다. AI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며, 열심히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한다. 그 속도와 양에서 인간은 AI를 뛰어 넘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해진다. 바로 말하기와 쓰기다. 사람보다 읽기와 듣기를 잘하는 AI의 도움을 받아 말하기와 쓰기에 집중해야 할 때다. 그렇게 생산된 우리의 말과 글이 다시 AI에 입력되어 세계를 이끌게 될 것이다.

 

 

 

고유한 콘텐츠의 중요성 

읽기와 듣기는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는 행위다. 남이 쓴 글을 읽고, 남의 말을 듣는 일이다. 또 읽기와 듣기는 내가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는 일이다. 이제는 자신의 말과 글을 생산해 남과 공유해야 한다.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는 생산성이 있는, 즉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를 의미한다. 말하기와 쓰기는 자전거 타기와 비슷해서 누군가의 말이나 글을 보는 것만으로는 배우기 어렵다. 직접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요즘처럼 넘쳐나는 다양한 콘텐츠 홍수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기는 녹록지 않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내용이 되려면 자신이 경험한 것이 콘텐츠에 잘 스며들어야 한다. 결국 경험이라는 서사가 콘텐츠와 만나면 자기만의 고유하고 생산적인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경험을 쓰며 단계적으로 성장하기

경험은 시간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살아온 나이 만큼 있는 것이다. 경험은 기억에서 꺼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록’이라는 작업이 선행된다. 레고도 블록이 없으면 쌓을 수 없듯이 소재가 있어야 글이 되고, 책으로 만들어진다. 평소의 경험을 잘 적어두는 메모 습관이 중요한 이유다.

 

메모장에 경험을 기록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때 어떤 감정이었는지를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다. 2단계는 그 경험이 일어난 주변 상황과 환경, 사회적 배경 등을 넣는다. 소설의 3요소가 인물, 사건, 배경이듯 먼저 인물과 사건을 보여주고, 그다음 경험의 무대가 되는 배경을 넣는 것이다. 1·2단계는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3단계는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과 느낀 것, 깨달은 것을, 4단계는 그 경험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서술한다. 그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났으며, 인생에서 어떤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유명한 사람의 말이나 글을 인용한다. 누구나 아는 사람의 이야기나 이론, 학설 등을 인용하면 자신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고도화된 디지털 시대, 기술보다 과학이 더 각광받고 있는 것은 기술이 지닌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보다 기술이 먼저 발달하던 때가 있었다. 증기기관차의 발명도 열에 대한 과학적 이론이 정립되기 훨씬 전의 일이고,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을 때엔 유체역학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술 개발은 과학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는 생산되지 않는다. 글쓰기가 중요해진 이유도 이와 같다. AI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인간의 고유하고도 위대한 능력은 바로 쓰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글. 강원국(<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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