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케팅 에이전시 바름입니다.
요즘 고객이 브랜드를 알게 되는 길은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검색 광고나 배너를 통해 들어오는 비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Chat GPT나 Gemini에 질문을 던지고, 거기서 소개받은 브랜드를 찾아오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게시물을 보거나 그 아래 댓글이나 커뮤니티 게시글을 읽다가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광고를 한 번도 거치지 않고 홈페이지에 도착하는 고객이 생긴 것입니다.
들어오는 길이 많아진 것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방문자도 늘고 회원도 늘었는데 매출은 그만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광고비는 작년보다 올랐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씀도 자주 듣습니다. 신규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의 몇 배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유입만 계속 늘리는 방식은 갈수록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들어온 고객이 구매까지 가지 않는 문제는 유입을 더 늘려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가게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손님이 들어오는 문이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문이 여러 개로 늘었습니다. 광고를 보고 오는 문, AI가 소개해 줘서 오는 문, 게시물&영상을 보다가 오는 문이 각각 생겼습니다. 그런데 가게 안에서는 여전히 모든 손님에게 똑같은 인사를 하고, 똑같은 메뉴를 권하고 있습니다. 어느 문으로 들어온 손님인지, 처음 온 분인지 세 번째 오신 분인지 구분하지 않습니다.
CRM 마케팅은 이 가게 안쪽의 일입니다. 고객을 더 데려오는 일이 아니라, 이미 들어온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구분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건네는 일입니다.
2026년 바름과 CRM 프로젝트를 진행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반복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실무에서 가장 자주 마주친 세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회원은 늘었는데 첫 구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가입자 수는 분명히 늘어나는데, 그 숫자가 매출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최근 저희가 함께한 B업체 CRM 프로젝트가 바로 이런 경우였습니다.
B업체 | 회원은 많지만 첫 구매가 만들어지지 않던 상황
B업체는 웹사이트 회원 수 자체는 적지 않았습니다. 전시회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가입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회원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부족할 것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회원들이 좀처럼 첫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들여다보니 가입의 계기가 구매 의사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전시회 현장에서 안내를 받고 가입한 경우,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가입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브랜드를 이제 막 알게 된 단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오래된 고객에게 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받는 사람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메시지가 첫 인상이 된 셈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새로운 도구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쌓인 회원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가입은 했지만 아직 한 번도 구매하지 않은 회원을 따로 떼어내 이들이 언제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부터 정리했습니다. 전시회나 이벤트를 통해 들어온 회원과 평소 검색으로 들어온 회원은 브랜드를 알게 된 계기도 필요한 메시지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이 첫 구매 전 회원들에게만 맞는 메시지와 타이밍을 따로 설계했습니다. 모두에게 나가던 하나의 발송을 가입 직후 브랜드를 소개하는 흐름과 첫 구매로 이어지도록 돕는 흐름으로 나눠 다시 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발송 횟수를 늘린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전체에게 뿌리던 발송은 줄였습니다. 대신 지금 막 들어온 회원이 첫 구매까지 가는 데 꼭 필요한 메시지에 집중했습니다.
발송량이 아니라 발송의 정확도를 높인 셈입니다.
변화는 숫자로 확인됐습니다.
첫 구매 전 회원에게 따로 설계해 보낸 메시지는 전체 발송 대비 오픈율이 53% 높았고,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는 비율도 36%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이 그룹에서 나온 첫 구매 건수가 25%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브랜드 채널의 콘텐츠 참여율과 SNS 인게이지먼트도 29%가량 높아졌습니다.
회원에게 맞는 이야기를 찾다 보니 채널에 올리는 콘텐츠의 주제도 함께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체 발송량은 줄었는데 반응은 늘었습니다. 모수를 넓혀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대상을 좁혀서 얻은 결과였습니다.
2. 데이터는 쌓여 있는데, 이걸로 뭘 하면 되나요?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회원 정보, 구매 이력, 접속 기록까지 데이터는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엇을 하면 되느냐고 물으면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데이터 활용의 출발점은 분석 도구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고객을 나누는 기준을 정하는 일입니다.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는 세 가지를 교차해서 보는 것입니다. 얼마나 최근에 샀는지, 얼마나 자주 사는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쓰는지. 이 세 가지만으로도 고객은 자연스럽게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뉩니다.
최근에 자주 많이 사는 핵심 고객, 예전엔 자주 샀는데 요즘 조용해진 고객, 가입만 하고 아직 한 번도 사지 않은 고객, 그리고 오랫동안 반응이 없는 휴면 고객. 각 그룹은 지금 브랜드와의 관계가 전혀 다르고 때문에 건네야 할 메시지도 달라야 합니다.
여기에 최근 기준 하나를 더 보게 됐습니다.
바로 '어느 경로로 들어왔는지' 입니다.
AI에 질문을 던지고 답변에서 브랜드를 소개받아 들어온 고객은 이미 몇 개 브랜드를 비교해 본 상태로 도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영상이나 SNS 게시글을 보다가 들어온 고객은 브랜드의 분위기만 알고 있을 뿐 제품을 구체적으로 비교해 본 단계는 아닐 수 있습니다. 같은 신규 고객이라도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다르니 첫 메시지도 같을 수 없습니다.
전자에게는 결정에 필요한 근거를 정리해 보여주는 편이 좋고 후자에게는 우리가 어떤 브랜드이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부터 알려드리는 편이 낫습니다. 유입 경로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세그먼트를 나눌 기준이 하나 더 생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데이터가 잘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이번 주에 누구에게 무엇을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데이터를 근거로 답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면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고객을 나누는 기준이 아직 없는 것입니다.
3. 메시지는 보내는데 매출 기여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카카오톡과 메일은 부지런히 보냅니다. 전체 고객에게 같은 내용을 정기적으로 발송합니다. 그런데 열어보는 사람은 적고, 성과를 물으면 "그래도 안 보내는 것보다는 낫겠죠" 정도의 답이 돌아옵니다.
메시지 자체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받는 사람과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오랜 단골에게 "처음 오셨네요, 가입을 축하합니다" 같은 내용이 가면 어떨까요. 반대로 브랜드를 아직 잘 모르는 분에게 "단골 고객님만을 위한 혜택"이라고 하면 와닿지 않습니다. 같은 할인 쿠폰이라도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건네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집니다.
여기서 꼭 짚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세그먼트를 나누면 메시지를 받는 대상의 숫자는 줄어듭니다. 전체 10만 명에게 보내던 것을, 조건에 맞는 100명에게만 보내게 되니까요. 처음에는 모수가 너무 작은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보는 기준은 다릅니다.
모수가 작더라도 정확한 대상에게 꼭 맞는 메시지가 전해졌다면 그건 성공입니다.
10만 건을 뿌려 반응이 거의 없는 것보다, 지금 이 메시지가 필요한 100명에게 닿아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래서 보는 지표도 달라져야 합니다. 몇 건을 보냈는지가 아니라, 어느 그룹에서 어떤 반응이 나왔고 그중 얼마가 구매로 이어졌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미 우리를 아는 고객은 처음 만나는 고객보다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한 번 살 때 쓰는 금액도 더 큰 경향이 있습니다. 전체 고객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은 이제 점점 통하지 않습니다.
CRM,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CRM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부분 모든 것을 한 번에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솔루션을 비교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더 막막해집니다.
순서를 바꿔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가진 데이터로 고객을 몇 개의 그룹으로만 나눠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그 그룹 중 가장 아쉬운 한 곳, 예를 들어 가입만 하고 아직 한 번도 사지 않은 고객을 정하고, 그들에게 맞는 메시지 하나를 설계해 보내보는 것입니다. 작게 시작해 반응을 확인하고 되는 방식을 넓혀가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빠릅니다.
솔루션 선택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CRM 솔루션은 설계한 흐름을 자동으로 실행해 주는 도구입니다. 고객 여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고 데이터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같은 도구를 써도 성과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보낼지 정해지면, 도구는 그에 맞춰 고르면 됩니다.
고객이 들어오는 길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AI 검색이든 영상 플랫폼이든, 새로운 경로는 계속 생깁니다. 다만 그 길을 넓히는 일과, 들어온 고객을 구매까지 데려오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둘 중 하나만 잘해서는 매출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름은 지난 14년간 데이터를 기준으로 마케팅을 설계해 왔습니다. 고객을 데려오는 일부터, 이미 들어온 고객을 어떻게 다시 움직이게 할 지까지 하나의 여정으로 보고 접근합니다. 쌓인 데이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지금 가진 고객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것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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