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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광고회사는 왜 영화 제작을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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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Pick Insighter
2026.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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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단편영화 <밤낚시>로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받은 이노션이 왜 영화 제작에 나섰는지 살펴봅니다. 영화를 브랜드가 만드는 또 하나의 팝업스토어로 보고, 작품의 기억이 브랜드의 기억이 되는 조건을 이야기합니다.

“이게 아이오닉 광고였다고?”

 

2024년 개봉한 배우 손석구 주연의 단편영화 <밤낚시>를 보고 이런 반응이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밤낚시>는 현대자동차와 이노션이 제작한 약 13분 분량의 단편영화다. 문병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아이오닉 5의 차량 카메라 시점을 구현하기 위해 차량에 특별히 설치한 7대의 카메라로 촬영했다. 일반적인 자동차 광고와 달리 차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영화의 이야기와 촬영 방식에 자동차의 기술적 특성을 녹여냈다.

 

현대자동차와 이노션이 만든 단편영화 <밤낚시> 포스터 (사진=이노션)

현대자동차와 이노션이 만든 단편영화 <밤낚시> 포스터 (사진=이노션)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실제 극장에서 상영됐다는 것이다. 1,000원이라는 저렴한 관람료와 짧은 상영시간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약 4만 6천 명의 유료 관객을 동원했다. 2025년에는 세계적인 광고제인 칸 라이언즈에서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까지 수상했다. 광고를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는 생소한 시도가 하나의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밤낚시>는 2025 칸 라이언즈에서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밤낚시>는 2025 칸 라이언즈에서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곳은 국내 대표 광고회사 이노션이다. 이노션은 <밤낚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시네마바이브랜드(Cinema by Brand)’를 선보였다. 브랜드와 영화 창작자를 연결해 브랜드의 철학을 영화적 서사로 풀어내고, 이를 새로운 콘텐츠 IP와 비즈니스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첫 파트너는 한화그룹이다. 우주 태양광을 소재로 국내외 감독 3명이 제작하는 영화가 2027년 공개될 예정이다. 이노션의 김정아 대표는 언론을 통해 콘텐츠 자체가 관객의 관심과 애정을 얻고, 그 경험이 브랜드의 세계관과 비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노션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서 시네마바이브랜드를 처음 공개했다 (사진=이노션)

이노션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서 시네마바이브랜드를 처음 공개했다 (사진=이노션)

 

그렇다면 국내 최고의 광고회사 중 하나인 이노션은 왜 광고를 넘어 영화 제작에 나선 것일까?

 

 

광고를 보는 사람에서, 콘텐츠를 선택하는 사람으로

 

브랜드가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토스의 콘텐츠 채널 머니그라피가 제작하는 <B주류경제학>이나 강남언니의 <기준이탈모임>처럼 브랜드가 직접 기획한 콘텐츠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와 출연진,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이런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시청한다는 점이다. 광고처럼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콘텐츠를 발견하고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감상한다. 브랜드는 그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콘텐츠가 남긴 감정과 인상을 브랜드에 대한 경험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노션 역시 같은 원리를 활용한다. 다만 그 형식을 유튜브 콘텐츠가 아닌 영화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화에는 다른 콘텐츠와 구분되는 고유한 힘이 있다. 바로 영화라는 형식 자체가 가진 문화적 권위와 기대감이다. 유명 감독과 배우가 참여하는 영화는 그 사실만으로도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사람들은 광고를 본다는 생각보다 하나의 작품을 감상한다는 기대를 가지고 콘텐츠를 선택한다.

 

<밤낚시>의 한 장면 (사진=현대자동차)

<밤낚시>의 한 장면 (사진=현대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광고라는 형식으로 접근했을 때 얻기 어려운 관심과 몰입을 확보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감독과 배우가 가진 명성과 창작자로서의 권위 역시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물론 영화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모든 콘텐츠가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더라도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사람들은 외면할 것이다. 오히려 영화라는 형식을 선택한 만큼 관객이 기대하는 완성도 역시 높아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영화가 가진 권위를 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밤낚시>가 보여준 것은 바로 이 가능성이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감상할 만큼 콘텐츠 자체에 매력이 있다면, 브랜드 콘텐츠도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000원이라는 가격에서 얻은 성과를 일반적인 영화 시장의 수익성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브랜드 콘텐츠에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비용과 시간을 지불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이노션은 이러한 가능성을 일회성 캠페인으로 남겨두지 않고,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유통, IP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영화는 브랜드가 만드는 또 하나의 팝업스토어다

 

나는 이노션의 시도가 콘텐츠를 중심으로 또 하나의 팝업스토어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관에 가서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된 콘텐츠를 감상하지만,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는 철저히 감각적이다. 어두운 공간에 앉아 커다란 스크린을 바라보고, 사운드와 영상에 몰입하며, 이야기 속 인물의 감정을 따라간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인상 깊었던 장면을 떠올리거나 누군가와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이 경험은 팝업스토어에서 브랜드를 만나는 과정과 닮아 있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사람들은 브랜드가 설계한 공간을 둘러보고, 전시를 관람하고,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체험하거나 굿즈를 구매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과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

 

영화와 팝업스토어는 형식적으로 분명 다른 경험이다. 하나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상호작용하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와 영상에 몰입한다. 그러나 브랜드 경험을 설계한다는 관점에서는 중요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 참여하고, 브랜드가 설계한 경험 안에서 특정한 인상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팝업스토어가 공간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영화는 배우와 감독, 이야기, 영상과 사운드를 활용한다. 결국 브랜드가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여기에 영화라는 형식은 또 다른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관에서의 경험은 스크린 앞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화 포스터를 보고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부터 티켓을 구매하고, 영화를 관람하고, 관람 이후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를 찾아보는 과정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브랜드는 이러한 접점들을 활용해 영화가 가진 세계관을 더 넓은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다.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특별 상영이나 관객과의 대화, 제작 비하인드 콘텐츠, 온라인에서 이어지는 후속 커뮤니케이션도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OTT를 통해 작품이 유통된다면 극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소비자에게 같은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도 생긴다.

 

그렇다고 영화의 모든 접점을 브랜드 광고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접근하면 사람들이 기대했던 영화적 경험이 훼손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에 몰입하는 경험을 유지하면서,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로 이어지도록 접점을 설계하는 것이다.

 

팝업스토어가 공간 밖에서도 브랜드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활용하듯, 영화 역시 스크린 안팎의 경험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는 팝업스토어의 대체재가 아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경험적 공간이다.

 

 

작품의 기억이 브랜드의 기억이 되려면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사람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그 영화를 제작한 브랜드까지 기억할까? 이 질문은 영화형 브랜디드 콘텐츠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이유는 단순히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콘텐츠가 전달하는 이야기와 감정이 브랜드에 대한 인상으로 남아야 한다.

 

나는 그 가능성이 영화의 장면과 메시지를 설계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특정한 장면이나 대사, 인물이 느꼈던 감정처럼 몇 가지 인상적인 순간을 기억한다.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이러한 장면과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다면, 소비자는 영화를 감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설계한 메시지를 경험할 수 있다.

 

<밤낚시>가 좋은 사례다. 작품은 아이오닉 5의 성능을 직접 설명하는 대신 자동차의 카메라 시점을 영화의 촬영 방식으로 활용했다. 자동차의 기술적 특성이 광고 문구가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밤낚시>는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아이오닉 5에 설치한 카메라의 시점으로 담았다 (사진=현대자동차)

<밤낚시>는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아이오닉 5에 설치한 카메라의 시점으로 담았다 (사진=현대자동차)

 

관객은 영화를 통해 독특한 시점을 경험하고, 그 시점이 아이오닉의 기술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브랜드 인식을 형성할 수 있다.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과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은 분명 다른 경험이다.

 

다만 작품의 메시지를 기억하는 것과 그 메시지를 특정 브랜드의 것으로 기억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영화라도 관객이 브랜드와의 연결성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마케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화가 끝난 이후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영화의 기획 의도와 브랜드의 철학을 연결하는 감독 인터뷰, 제작 과정에 담긴 기술과 의미를 설명하는 비하인드 콘텐츠, 관객이 기억한 장면을 브랜드의 메시지와 연결하는 후속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치들이 더해질 때 작품에 대한 기억은 브랜드에 대한 기억으로 확장될 수 있다. 좋은 브랜드 영화란 단순히 브랜드가 제작한 좋은 영화가 아니라, 영화의 경험이 브랜드를 이해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는 작품이어야 한다.

 

결국 영화 제작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얼마나 많이 노출했는지가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장면을 기억하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장면이 왜 우리 브랜드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새로운 방식에도 변하지 않는 것

 

물론 영화 제작이 모든 브랜드에 적합한 전략은 아니다.

 

일반적인 유튜브 콘텐츠와 비교하면 제작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적은 수의 작품에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흥행에 실패했을 때 위험도 커진다.

 

감독의 창작적 자유와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도 쉽지 않다. 작품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브랜드가 기억되지 않을 수 있고, 브랜드의 메시지를 과도하게 강조하면 영화의 매력이 사라질 수 있다.

 

결국 영화라는 형식을 선택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더 매력적인가? 소비자가 그 이야기를 감상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영화를 감상한 이후에도 그 경험이 우리 브랜드에 대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충분한 답을 할 수 없다면 굳이 영화를 만들 필요는 없다. 어떤 브랜드에는 팝업스토어가 더 적합할 수 있고, 어떤 브랜드에는 짧은 유튜브 콘텐츠 한 편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또한 유료 관객을 확보하고 새로운 콘텐츠 IP를 만든다는 구상 자체가 곧 사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의 흥행과 브랜드 효과, 독립적인 수익성은 각각 검증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이노션의 시도가 흥미로운 이유는 익숙한 브랜드 경험의 목적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경험을 설계했다면, 이노션은 영화라는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와 감상하는 경험을 만들고 있다.

변화한 것은 브랜드 경험의 본질이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체험하기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공간을 설계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감상하기를 원한다면 그 콘텐츠에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아내면 된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나는 맥락에 따라 경험을 전달하는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결국 브랜드 경험을 설계한다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경험의 형식을 다르게 바라보고, 우리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연결하는 일에 가깝다.

 

이노션은 영화라는 익숙한 콘텐츠 형식을 브랜드 경험의 새로운 공간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광고를 피하던 사람들에게 스스로 찾아와 감상할 만한 이유를 만들고자 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비슷하다.

 

소비자의 기억에 남을 장면 하나. 그리고 그 장면이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유 하나.

 

우리 브랜드의 캠페인이 지루해졌다면,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면 한번쯤 질문해 보면 좋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메시지일까, 아니면 익숙한 메시지를 새롭게 경험하게 만들 방법일까? 목적은 그대로 두고 방법을 조금 비틀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새롭게 설계한 경험의 맥락이,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고객을 우리 브랜드 앞으로 데려다줄지도 모른다.

#이노션 #밤낚시 #브랜디드콘텐츠 #브랜드경험 #시네마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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