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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술 트렌드

🗣️AI는 대답하지만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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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AI는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내놓지만 그 답이 ‘지금 여기’에 적절한지 판단하거나 결과에 책임질 수 없다.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거센 물살을 건너는 법은 물보다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읽고 노를 쥘 순간을 아는 데 있다. 기계가 실행과 계산을 맡는 시대, 인간에게 남은 역할은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일이다. 기술이 유능해질수록 망설임과 배려, 맥락을 읽는 감각은 오히려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놀라움에서 범용적 인프라로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지 서너 달 뒤인 2023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트’에 ‘인공지능 시대가 시작됐다’라는 글을 올려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게이츠는 생성형 AI가 인터넷이나 PC의 등장에 버금가는 거대한 전환이라고 말했지만, 많은 사람에게 ‘AI 시대’는 그저 ‘다가올 미래’였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관심사 밖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6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현실이 되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AI를 전기와 인터넷에 비교하며 AI 인프라 구축 경쟁을 강조하고 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초지능 시대를 대비한 투자와 데이터센터 구축을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처음 생성형 AI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움 일색이었다. 눈 깜짝할 새 긴 문장을 완성하고, 그림을 그리고, 번역하고 코딩하는 능력은 마법처럼 보였다.

 

 

구글의 ‘프로젝트 마리너’는 여러 웹사이트를 오가며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인간이 맡기는 업무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Google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기업들은 현실적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경쟁사보다 더 많은 GPU와 HBM 칩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확충할 것인지, 전력과 냉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앞서가는 기업들의 화두가 됐다. 초기에 AI 경쟁은 새 모델 개발과 소프트웨어 성능 위주였지만, 이제 인프라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인공지능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기술 자체에 대한 호기심은 줄어들고, 전기나 인터넷처럼 필수적이고 범용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러한 변화는 빅테크의 홍보와 관련 전시회 트렌드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이후 지난해까지 국제 기술·가전 전시회CES와 빅테크 기업들의 개발자 콘퍼런스 주제는 주로 최신 AI 모델 발표를 통한 기술 과시로 ‘우리가 개발한 AI는 이런 기능도 처리할 수 있다’라는 데모 시연과 사례 발표 위주였다. AI 시연을 본 사람들은 ‘AI가 나의 일자리, 우리 회사의 사업 모델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과 우려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AI가 필수 인프라로 취급되면서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이는 AI를 구축·운영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물리적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6년 CES나 프랑스 비바테크Viva Technology 등 미국과 유럽의 첨단 기술 전시회에서도 피지컬 AI, 인프라와 하드웨어, AI 에이전트, 물리 세계와의 연계 서비스 등이 주인공이었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모델을 개발·운영하는 글로벌 빅테크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글로벌 주문 폭주와 기업 가치 상승으로도 나타난다.

 

 

CES 2026에서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제네 원’은 피지컬 AI가 기술 시연을 넘어 산업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CES

 

 

 

경쟁이 아닌 위임의 기준


AI 기술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생겨난 변화는 기술과 산업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을 향한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 챗GPT와 미드저니를 경험한 사람들은 불안함 속에서 ‘AI 활용법’과 함께 “AI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이 어떤 능력을 지녀야 하는가”를 물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AI를 일상에서 다양한 용도로 써보면서 필수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AI를 피할 수도, 경쟁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서 인간을 향한 새로운 질문이 생겨났다. 과거에는 기술과 경쟁하면서 사람만의 비교 우위 영역과 고유성을 찾았다면, AI 대중화 이후에는 인간의 역할 자체를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어떤 영역에서든지 AI와의 경쟁이 무의미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쟁 대신 이를 활용할 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어떤 일을 AI에 맡기고 사람은 그 결과를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사람들은 지난 2~3년간 직접 써보면서 위협받지 않을 인간 고유의 영역과 역량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AI의 영향을 받지 않을 ‘안전지대’나 ‘진공 영역’은 없다는 깨달음이다. 어떤 사람도, 어떤 분야도 AI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면 사람에게 남은 길은 하나다. 바로 ‘AI와의 공존’이다. 공존하는 방법은 이를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게 아니라 현명하게 활용하는 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쓸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AI가 사람보다 뛰어난 분야는 분명하다. 반복적이고 데이터가 풍부해 학습을 통해 패턴을 찾아낼 수 있는 작업이다. 방대한 자료 분석, 초안 작성, 일정 조율, 코드 생성, 기본 고객 응대와 같은 일이다. AI 에이전트는 24시간 지치지 않고, 실수 없이 패턴을 따르며, 비용을 낮춘다. 이처럼 잘하는 영역이 빠르게 확대될수록 인간이 끝까지 맡아야 할 역할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모든 판단을 AI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그 결과물에는 사람의 손길과 통찰이 더해져야 하며, 효율성뿐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배경과 적절성까지 살펴야 한다. 동일한 결과물도 어떤 맥락에서 활용되느냐에 따라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따라서 최종 판단과 책임은 결국 사람에게 남는다. AI는 가장 그럴듯한 답을 제시하지만, 그 답이 ‘지금 여기’에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생성형 모델은 확률적으로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무리 AI가 발달한다 해도 구체적 맥락과 상황을 고려한 최종적 판단, 그에 대한 책임은 사람만의 일이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작업자와 부품 제조 공정을 함께 수행하는 헥사곤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BMW




정답보다 중요한 맥락

그런데 우리의 과업을 위임하는 것을 넘어 최종 판단까지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AI는 점점 유능해지지만, 사용자는 점점 생각하지 않는 역설이다.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챗GPT, 클로드와 같은 생성형 AI는 어떠한 상황에 대한 글쓰기나 도움말을 요청하더라도 순식간에 그럴듯한 답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회의에서 AI가 내놓는 답변은 성공 확률이 높은 결과물일 뿐이다. 그 답이 참석자 가운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지,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지까지는 고려하지 못한다. 그로 인한 책임도 질 수 없다. 앞으로 사람은 AI가 더 잘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놓고 AI와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효율성이 중요한 일은 AI의 몫이 된다. 사람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을 맡게 된다. 배경과 맥락, 의도와 가치를 읽고 판단하며 책임지는 일이다.

사안마다 고유한 상황과 배경, 맥락을 읽는 능력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회의 도중 갑작스러운 침묵, 대화 상대의 표정, 업무 특성에 따른 조직 문화, 집단별 고유한 정서, 세대별로 다른 역사적 경험은 데이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은 경험과 대화를 통해 사람을 읽고, 표면적 언어보다 상황을 이해하며, 현실 뒤에 있는 의미를 해석한다. 기계는 언어의 확률적 패턴을 계산하지만, 인간은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최근 AI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인간의 ‘비효율성’이다. 지금까지는 빠르고 정확한 것이 최고의 가치였다. 그런데 AI가 그 영역에서 사람을 압도하게 되자 새로운 관점이 등장했다. 속도와 효율성에서 어떤 인간도 AI를 능가하지 못하게 되니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은 특징이 인간의 고유성으로 주목받게 됐다.

 

 

홋카이도 토마코마이에 들어설 소프트뱅크 AI 데이터센터. AI 경쟁의 무대는 모델에서 물리적 전력으로 옮겨갔다. ©Softbank

 

 

 

불완전함에서 오는 AI 시대 ‘휴먼 터치’

 

기계의 효율성과 속도가 인간을 압도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약점과 결함을 주목하게 만든다. 소설가 김애란은 2026년 4월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AI와 인간의 차이를 ‘망설임’이라고 말했다. AI는 어떠한 질문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는다. 빠르고 그럴듯한 답을 바로 내놓는다. 그러나 인간은 상황을 고려하고 망설이게 된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 말을 삼킨다. ‘괜히 말해서 상처가 될까, 내 말이 가벼워 보일까’ 하는 고민이 입안에서 맴돈다. 고민하고,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며, 타인의 처지를 생각하느라 머뭇거린다. 효율로 보면 약점이다. 그러나 바로 그 망설임이 공감을 형성하고, 윤리를 만든다. 이런 비효율성이 AI 시대 ‘휴먼 터치’의 핵심이다. 효율성은 낮지만 망설임과 후회 같은 인간의 약점은 공감과 신뢰를 만든다. 이렇게 인간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결코 AI에 대체될 수 없다.

 

 

소설가 김애란은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AI와 인간의 결정적 차이로 망설임을 꼽았다. ©MBC

 

 

AI 에이전트가 일을 재편할수록 인간은 ‘조율자’ 역할을 해야 한다. AI 에이전트에 목표를 제시하고, 예외를 다루며, 최종 결과를 해석하고 책임지는 역할이다.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기술을 가능하게 하듯, 보이지 않는 인간적 판단이 AI를 인간 사회에 통합한다. 김애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의 품격은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에 있다. AI가 제공하는 효율 속에서 우리는 느리게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관계를 돌아본다. 기술에 맡길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다.

 

기계가 속도와 효율을 담당한다면 인간은 ‘왜’와 ‘어떻게’를 고민한다. 기계에 맡기는 것은 실행과 계산이다. 인간이 끝까지 쥐는 것은 의미와 책임이다. 질문하는 힘, 맥락을 읽는 감각, 결과를 해석하는 지혜, 그리고 망설임까지 읽어내는 공감과 이해다. 이것이 AI 시대 인간의 새로운 품격이자 역할이다. 우리는 AI를 도구로 사용하되 그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경계를 세워야 한다. 그것은 유한한 존재이자 결점과 한계를 지닌 인간으로서 끝없이 ‘왜’와 ‘어떻게’를 묻는 일이다.

 

 

글. 구본권(AI와리터러시연구소 소장,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저자)

 

 

ℹ️ 이 글은 미래에셋증권 매거진에서 발행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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