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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노하우

스타트업에 사수가 없어도 괜찮은 이유

2026.03.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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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스타트업 첫 커리어에서 기준을 밖에서 가져온 방법 — 책, 사람, 공간. 직접 겪은 이야기를 씁니다.

벌써 수 년 전, 두근거리던 스타트업 입사 첫 주였습니다. 

곧바로 해야 할 일 두 가지가 생겼습니다.

 

웹사이트 제작. 이메일 마케팅.

둘 다 해본 적 없었어요.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요.

 

알고 있었습니다. 주니어지만, 이 일을 이 회사에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기에, 가장 잘 알고 있어야(혹은 잘 알아가야) 한다는 것을요.

 

사수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문제였습니다. 정답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물론, 혼자 방치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이 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C-level과 더 가까이 일할 수 있고, 회사와 서비스의 중심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실무에 있어서는 좀 다릅니다.


 

정답은 커녕, 정답에 근접한 것조차 확실히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 태반입니다. 

이유는 분명해요. 다들 처음이거든요.

 

사수가 없는데서 오는 건 그 자체의 어려움이 아니라 아직 세워진 기준이 없다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게, 진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기준을 밖에서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때 어디서 가져왔는지 정리해봤어요.

 


1. 책 — 프레임을 빌려오세요



사수가 없을 때 책이 가장 먼저 줄 수 있는 건 정답이 아닙니다. 바로 '프레임'이에요.

사실, 대학 시절엔 재밌는 게 책 바깥에 너무 많아 전공 서적 외에는 거의 손에 쥔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쥔다고, 급박하니 책에서 지혜를 찾게 되더라고요.

 

입사 직전에 읽은 라이언 홀리데이의 『그로스 해킹』이 첫 번째 기준이 됐습니다. 

에어비앤비가 크레이그스리스트를 해킹해서 초기 유입을 폭발시킨 이야기, 드롭박스가 광고 대신 제품에 바이럴을 심은 이야기. 마케팅이 단순히 광고로 돈을 태우는 일이 아니라,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실험이라는 것을 배웠죠.

 

물론 그 기준이 모든 것의 정답은 아니었으며, 직접 실무를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 하나의 프레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달랐습니다. 뭘 시도해야 할지 모를 때, 적어도 "이게 그로스 해킹적인 접근인가?"를 검토해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후에 시작한 탐독은 꾸준히 지속됐습니다. 노션에 기록한 책이 그동안 백 권 정도. 

물론 사람인지라 모든 문장이 제게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빅데이터로 학습한 AI마냥 은은하게 쌓여있어요.

 

실용 팁: 지금 하는 일과 관련된 책 한 권을 골라, 거기서 내 일에 던져나갈 질문을 하나 찾아보세요. 책 속에 정답은 없습니다. 내 업무에 던질 수 있는 질문을 찾는 거예요.

 


2. 사람 — 부러움을 질문으로 바꾸세요



랜선 사수를 찾으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근데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입사하던 때 MoTV(모배러웍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성수동에 작은 영화관 '무비랜드'를 열어 운영 중이지만, 당시엔 완전 초창기였죠. 그들은 이미 본업에서 내공을 쌓아둔 사람들이었기에 제 사수가 되어주기에 충분하고도 넘쳤습니다.

 

협업이 생기고, 팬층이 생기고, 브랜드가 커지는 걸 유튜브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어요. 2020년에는 배달의민족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맡았던 이승희, 김규림 마케터의 두낫띵클럽이 MoTV와 협력을 시작하기도 했죠.

솔직히 많이 부러웠습니다. 멋있었고요.

 

근데 그 부러움을 그냥 두지 않았어요. "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저 기획은 왜 저렇게 됐지?" 보면서 자연히 묻게 되더라고요.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보면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부러움은 그냥 두면 소비로 끝나요. 질문으로 바꾸면 학습이 됩니다. 랜선 사수는 나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묻게 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실용 팁: 지금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 팔로우 하고 있는 브랜드나 마케터가 있다면, "왜 저렇게 했을까?"를 세 가지만 적어보세요. 랜선 사수를 제대로 활용해 보아요.

 


3. 공간 — 잘 만들어진 것에서 읽어내는 연습을 해봐요



세 번째 기준은 공간이었습니다.

회사가 마침 뚝섬역 인근에 있었어요. 성수동이 막 날개를 치며 떠오르던 시기였고, 팝업과 브랜드 공간들이 하나둘 생겨나던 때였죠.

 

입사 다음날, 블루보틀 성수 1호점이 오픈했습니다. LA와 교토에서 이미 가본 적 있었던 브랜드였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했습니다. 왜 한국이었는지, 왜 성수였는지, 왜 저 벽돌 건물이었는지. 공간 하나를 보면서 브랜드의 의사결정을 찾아보곤 했어요.

 

Peaches(피치스)가 오픈했던 '피치스 도원'도 그랬습니다. 자동차, 음악, F&B, 패션을 한 공간에 묶어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식. 브랜드가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세계관을 만든다는 걸 몸으로 느낀 첫 경험이었어요.

 

정답을 아는 사람이 없을 때, 잘 만들어진 것들을 보면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했지?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질문들이 쌓여 기준이 되어갔죠.

 

공간만이 아니에요. 잘 만들어진 팝업스토어, 캠페인, 콘텐츠, 브랜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렇게 됐지?"를 묻는 습관이 기준을 만들어줘요.

 

실용 팁: 다음에 좋다고 느끼는 브랜드 경험을 하면, 그냥 넘기지 말고 "이 결정의 이유가 뭘까?"를 딱 하나만 찾아보세요.

 


마치며



사수가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두렵게 하지만 마냥 불리한 조건은 아닙니다. 기준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에요. 더 자유로우면서 혼란하죠.

누군가 직접 가르쳐 준다고 해서 언제나 내게 좋은 기준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옆에 붙어 하나하나 매니징 해줄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일단 감사한 일이지만, 언제나 이를 소화시키는 건 나의 몫이기도 하고요.

 

책에서,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잘 만들어진 공간에서 가져온 기준들이 쌓이면 결국 나만의 기준이 됩니다. 스타트업이라서 사수가 없었던 게, 돌아보면 다행이었어요. 덕분에 세상 전체를 사수로 삼을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됐는지 이야기 들려주세요. 

저도 정말,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입니다.

 

#스타트업 #커리어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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