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트렌드

다음 인수한 업스테이지, 카카오와 다를까?

2026.02.04 08:25
75
0
0
  •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 1.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1세대 포털 다음을 인수합니다. 2. 기술과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에요. 3. 카카오도 유사한 이유로 다음을 인수했지만 이번엔 궁합이 다릅니다.

국가대표 AI, 예상 밖의 선택


업스테이지는 태생부터 남달랐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네이버와 엔비디아 출신 전문가들이 결합하며 IT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출발점은 종이 위 문자를 읽어내는 AI OCR 기술이었는데요. 이 기술은 2023년 ChatGPT와 접목해 카카오톡에 '아숙업(AskUp)'이라는 서비스로 재탄생했고, '눈 달린 ChatGPT'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중의 뇌리에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눈 달린 ChatGPT로 인기를 끈 '아숙업(AskUp)' (출처 : 업스테이지)

 

진짜 저력은 최근 드러났습니다. 정부 주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이른바 국가대표 AI 선발전에서 스타트업으로서는 유일하게 LG, SKT 같은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생존한 것입니다. '프롬 스크래치' 논란까지 정면 돌파하며 기술적 체급을 입증했습니다. 그런 업스테이지가 또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할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바로 30년 역사의 1세대 포털, 다음 인수(DAUM)입니다.

 

2021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 30년 역사의 포털을 품는다는 이야기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거래의 구조도 독특합니다. 카카오가 보유한 다음 운영사 AXZ 지분 100%를 업스테이지에 넘기는 대신, 업스테이지의 일정 지분을 카카오가 취득하는 방식입니다. 현금 대신 서로의 미래 가치를 맞바꾸는 거래인 셈인데요. 이 거래가 성사되면 2014년 합병 이후 11년 만에 다음과 카카오는 완전히 갈라서게 됩니다.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선택한 이유


업스테이지의 기술력은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됐습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솔라 프로 2(Solar Pro 2)'가 글로벌 AI 벤치마크에서 12위를 기록한 것인데요. 일론 머스크는 이 소식을 접하고 X(구 트위터)에 "그러나 여전히 xAI가 1등"이라며 직접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솔라 프로 2 소식에 리트윗한 일론 머스크 (출처 : X)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OpenAI는 ChatGPT로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구글은 검색 엔진이라는 압도적 유통망을 가졌으며, 메타는 소셜 플랫폼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업스테이지는 어땠을까요? B2B 중심 사업으로 일반 사용자 접점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아숙업은 2개월 만에 1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기염을 토했지만, 이마저도 얼마 가지 않아 글로벌 서비스에 밀리며 관심도가 식었습니다.

 


30년 포털이 AI 기업에게 주는 것들


다음을 통해 업스테이지가 얻게 될 자산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단순한 플랫폼 인수를 넘어, AI 기업으로서의 '체급'을 키우는 자산들입니다.

 

1. 실시간 사용자 접점

네이버와 구글에 밀려 국내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하지만, 다음은 여전히 하루 수백만 명이 드나드는 거대 플랫폼입니다. B2B 기업이 결코 가질 수 없는 거대한 B2C 실험실이죠. 자체 모델 '솔라'를 실제 사용자 환경에 즉시 적용하고, 수백만 명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모델을 개선하는 피드백 루프를 확보한 셈입니다. 더 나아가 다음에 AI 검색 기능을 녹여 '한국의 퍼플렉시티'로 포지셔닝할 수도 있습니다.

 

2.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

다음 뉴스, 다음 카페, 티스토리로 이어지는 콘텐츠는 AI 학습에 있어 귀중한 자원입니다. 특히 수천만 건의 카페 Q&A와 티스토리의 전문 지식은 LLM이 한국어 특유의 맥락과 정서를 학습하는 데 최적의 재료가 됩니다. 그록이 빠르게 성능이 향상된 주된 이유도 X(트위터)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한몫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3. IPO를 위한 퍼즐

비즈니스 관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매출 구조입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뚜렷한 수익원이 고민이었던 업스테이지에 연 매출 3,320억 원의 다음은 완벽한 재무적 우군입니다. 올해 하반기 IPO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 기술은 대단하다"는 주장보다 "우리 플랫폼은 이만큼 돈을 번다"는 숫자가 투자자들에겐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업스테이지의 전략은 선례가 있습니다. 바로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검색 엔진과 포털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했고, 'AI 브리핑' 서비스로 AI 검색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월 4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 기반과 수십 년간 쌓인 한국어 데이터가 네이버를 빠르게 AI 기업으로 전환시켰습니다.

 


그런데 우려되는 지점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하기에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우선 데이터의 품질 문제입니다. 티스토리와 다음 카페의 데이터 중 상당수는 이미 10년, 20년 전 글입니다. 검색 최적화(SEO)를 노린 스팸성 콘텐츠도 적지 않죠. AI 학습의 철칙인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을 떠올려보면, 데이터 정제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재무적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음의 매출은 3,320억 원이지만, 사업 부문은 만성적인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습니다. 카카오가 다음을 분사한 이유 자체가 성장 동력 부재 때문이었는데요. 레거시 시스템 유지보수, 서버 비용, 인력 관리 등 스타트업에게는 부담스러운 고정 비용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5060 세대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카카오스토리 (출처 : WISEAPP·RETAIL)

 

무엇보다 본질적인 질문은 사용자입니다. 젊은 세대가 다음을 등진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커뮤니티의 노령화와 ‘옛날 서비스’라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었죠. 엔진을 AI로 바꾼다고 해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익숙한 세대가 다시 돌아올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결국 기술적 혁신이 브랜드의 노화를 이겨낼 수 있느냐가 이번 승부수의 성패를 가를 핵심입니다.

 


역사가 반복될 것인가, 새로 쓰일 것인가


이번 거래는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신생 강자였던 카카오는 수익 구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증시에 직행하기 위해 이미 상장된 다음을 ‘우회상장’의 지렛대로 활용했습니다. 11년이 지난 지금, 업스테이지 역시 하반기 IPO를 앞두고 연 매출 3,320억 원의 다음을 통해 기업 가치 2조 원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여기까지는 자본 시장의 익숙한 공식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결은 다릅니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라는 전혀 다른 DNA를 가졌기에 포털인 다음을 품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냈고, 결국 다음은 카카오 내에서 계륵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반면 업스테이지와 다음의 궁합은 훨씬 유기적입니다.

 

편집 : 작가

 

 

메신저 기업에게 포털은 '광고판'이었을지 모르나, AI 기업에게는 다릅니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라고, 포털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티스토리와 다음 카페가 축적한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는 솔라 모델을 학습시킬 자원이고, 하루 수백만 명의 방문객은 그 모델을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개선할 수 있는 장입니다.

 

물론 계획과 실행은 다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조합은 11년 전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궁합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과연 역사는 반복될 것인지, 새로운 역사가 쓰일 것인지. 업스테이지와 다음은 이제 그 시험대 위에 섰습니다.

 


테크잇슈는 IT 커뮤니케이터가 만드는 쉽고 재밌는 IT 트렌드 레터입니다.

IT 이슈 모음과 심층 분석 아티클을 전달드리고 있습니다.

테크잇슈 구독하러 가기

#업스테이지 #다음 #카카오 #인수 #AI
이 콘텐츠가 도움이 되셨나요?
이 글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수록 인사이트가 커집니다.

    추천 콘텐츠